[단상] 불쌍한 핵 사용자들

[단상] 불쌍한 핵 사용자들

최근 아주 인기 있는 게임 '폴가이즈'를 플레이 하던 중 든 생각입니다.

 

한창 재미나게 플레이 하던 중 원형의 판때기 위에서 계속 빨라지는 막대기를 점프로 피해가며 최후의 1인을 가려내는 스테이지였습니다. 박치인 저는 이미 시작하고 10초도 되기 전에 막대기에게 맞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막판인지라 최후에 누가 남는지 한번 보고 가자 싶어서 관전모드로 보고 있는데, 엥? 캐릭터 하나가 말도 안되게 점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느정도로 말도 안되냐면 점프자체도 엄청 높은데다가, 점프로 막대기를 밟고 그 위의 머리 가격용(점프 타이밍 잘못 맞추면 이걸 머리에 맞고 날아가는 듯) 막대기까지 밟은 후에 그 위로 더 높이, 말하자면 2단 3단점프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치 무협에서 고수가 나뭇가지를 밟고 위로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습니다. 이게 뭐지? 이런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었나? 한참을 멍하게 보고 있다가 문득, "아, 이게 핵이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그리고 든 생각이 "아, 이건 못이기겠구나"하는 생각. 아니나 다를까 한참을 열심히 점프해서 버티던 두 명이 질렸는지, 그냥 포기를 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핵을 쓴 그 사람은 1등을 했고, 뭐가 남았을까요. 1등을 해서 기분이 좋았을까요? 자기 실력도 아닌데? 아니면 그냥 핵을 쓴 자신을 보며 게임을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실망감을 보는게 즐거울까요? 핵 사용자에게 꼭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핵을 왜쓰십니까?"하고.

 

현실에서는 핵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핵이라고 하면 뭐 부동산 개발 계획은 내가 사전에 입수한다든가, 꿀같은 주식정보를 얻는다든가 하는 뭐 그정도일까요? 게임에서 처럼 저렇게 말도 안되진 않지만 어쨌든 그 정도 선이리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재벌로 태어나든가. 게임속의 그 핵 사용자는 현실에서도 핵을 써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까요?

 

쓸 곳 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든 생각은 핵 사용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인생에 핵이 있다면 핵을 쓰고 싶습니다. 왜? 대부분의 삶은 생존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핵을 써서 이 '생존'에 대한 문제를 벗어나 조금 더 편안하고 안락하고 고차원적인 것을 향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럼 게임은? 게임은 왜 하는 걸까요? 아까 그 핵 사용자는 그 게임에서 1등을 못하면 손모가지가 날아가는 상황이었던 것일까요? 설마하니 그럴리는 없겠죠. 그래서 불쌍하다고 하는겁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것이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이든, 경쟁에서 이겼을 때의 우월감이든. 사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소소한 재미를 위한 것이죠. 그런데 거기에다가 말도 안되는 핵?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싶다? 이 게임이 그렇게까지 해서 이겨야 하는 종류의 것인지, 아마 핵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소소한 것에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할 만큼 절박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불쌍하다고 하는 것이구요.

 

게임 내에서라도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사람들. 그런 불쌍한 분들에게 저는 1패를 내어드릴 용의가 얼마든지 있으니 절박하신 분들께서는 앞으로도 계속 핵을 사용하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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